제8회공연 <리어 그 이후>
1996. 12. 2-8
소극장 오늘
<프롤로그>/<에필로그>
출연: 강화정/리어
<케첩과 마요의 사랑>
출연: 정성호/케첩/그
김지은/마요/그녀
서추자/마요/그녀
남동진/미켈/안경
차유봉/노인
문명권/사장
김지영/경리
주재현/경찰관
<Prologue>
-자연은 우리들을 잊어 버렸어.
(자연 따위, 이제 없어.)
-자연이 없다고! 그건 너무 극단적이야.
(우리들 주위엔 말이야.)
-그러나 우리들은 숨을 쉬고 있고, 늙어가고 있어!
머리카락이 빠지고, 이가 빠지고 있잖아!
(그렇다면 자연은 아직 우리를 잊어 버리지 않았어.)
사무엘 베케트 <Endgame>
왕조의 몰락 이후, 시간이라는 유배지에서 생존해 있던 리어가
잠에서 깨어난다. 인류는 리어의 불행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고, 문명이라는 폐허에서 다시 깨어난
리어, 그의 정신 분열은 치유되지 못한 채 미래까지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어서 조명이 바뀌며
시간과 공간은 현대의 주유소 옥상으로 이어진다.
<케첩과 마요의 사랑>
케첩과 마요는 할아버지, 사장, 그의 아들인 안경이 함께
사는 주유소에서 전전하는 연인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왔다가 욕망<휘발유>을 채우고
가버리는 주유소를 배경으로 일어나는 등장인물의 일상이 펼쳐진다. 그들의 일상은 결코 만족될
수 없는 것이어서 그들은 각자의 욕망을 왜곡시켜서 채운다. 노인은 온종일 주유소 옥상에 서서
자살을 꿈꾸며, 사장은 경리와 불륜의 관계를 맺으며, 케첩은 영화시나리오를 씀으로서, 마요는
케첩에 대한 광적인 사랑으로. 그들의 이상과 현실은 차츰 뒤얽혀서 일탈적 행위들을 유발시키고,
결국 말더듬이임에도 불구하고 영화배우를 지망하는 안경이 사장인 아버지의 돈을 훔쳐 케첩과
마요와 함께 떠나려 한다. 그러나 안경의 이상인 케첩과 마요도 안경을 거부하고 떠나버린다.
결국 안경은 옥상에서 뛰어내리고 노인은 언제나처럼 자살을 꿈꾼다.
<Epilogue>
-누군가 말했다. 바로 여기야. 고개를 들고 이 모든 아름다움을
봐.
그들이 말했다. 이젠 넌 더 이상 짐승이 아니니, 이것들을 생각해 봐. 모든게 확실 해 질거야.
그래 단순해! 사람들이 말했다. 이렇게 상처입고 죽어가고 있는 자들을 온 정성을 다해 돌보고
있지 않느냐고.
(그만해.)
-난 때때로 내 자신에게 말해 그들이 널 벌하는 것에 지쳐버리기를 원한다면 넌 더욱 더 고통
당하지 않으면 안돼. 난 가끔 내게 말해. 그들이 어느 날, 네게 자유 를 주기를 원한다면,
넌 스스로 더 이곳에 속해 있어야만 해
사무엘 베케트 <Endgame>
주유소 옥상을 배경으로 리어가 등장한다. 초인간적인 모습으로
변모한 리어, 문명이라는 폐허를 헤맨다. 그는 고난을 초월한 광대처럼 이 시대를 향해 조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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