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공연 <딕테>(Dictee)

1998. 6. 19-30
문예회관 대극장

출연: 강화정/말하는여자
    김정옥/유관순
    황연희/어머니
    안태랑/남자
    김현아/성 테레즈

<딕테>(Dictee)는 1982년 미국 뉴욕에서 비극적으로 생을 마친 천재예술가 차학경의 작품이다. 일종의 서사시라고 할 수 있는 <딕테>는 어린 시절부터 외국생활을 한 작가의 민족적 정체성에 대한 탐구라 할 수 있다. 차학경은 모국어에 대한 집착, 모국어의 동의어인 어머니, 어머니의 동의어인 유관순, 우리 민족의 역사에 대한 집착을 매우 실험적인 글쓰기를 통해 천착하고 있다. 현대문학의 관심이 되고 있는 ‘포스트모더니즘’과 ‘민족주의’ ‘페미니즘’의 정수를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 바로 <딕테>이다. <딕테>는 국내의 어느 작가도 성취하지 못했던 민족문학의 극치를 보여준다. <딕테>의 첫 장은 상태가 매우 좋지 않은 흑백사진으로 시작된다. 한 문학연구가의 연구에 위하면, 그것은 2차대전 중에 건설되었던 일본 황실의 안전은신처로 통하는 비밀 터널 내벽에 새겨진 글귀라고 한다. 그것은 또렷한 한글로 된 것인데, 다음의 내용이다. ‘어머니 보고싶어 배가 고파요 고향에 가고싶다.’

<딕테>(Dictee)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뮤즈의 아홉 여신의 이름들로 각 장을 분류하고 있다. 모두 아홉 개로 나뉜 그 각각의 장을 통해 작가 차학경은 ‘모든 것’을 다루고 있다. 그리스에서는 모든 학문을 그렇게 아홉 가지로 분류하였다.

<프롤로그>
작품의 맨 앞은 다음과 같은 문장이 나타난다.
“문단 열고 그날은 첫날이었다 마침표 그녀는 먼 곳으로부터 왔다 마침표 오늘 저녁 식사 때 쉼표 가족들은 물을 것이다 쉼표 따옴표 열고 첫 날이 어땠지 물음표 따옴표 닫을 것 적어도 가능한 최소의 말을 하기 위해 쉼표 대답은 이럴 것이다 따옴표 열고 한 가지 밖에 없어요 마침표 어떤 사람이 있어요 마침표 멀리서 온 마침표 따옴표 닫고”
이 문장을 통해 차학경은 자신의 첫 이민 생활을 묘사하고 있다. 그러한 이민생활의 낯설음은 ‘자기정체성’에 대한 회의로 이어진다 ‘너는 어떤 민족인가? 어떤 혈통인가?’에 대한 물음에 아무 것도 말할 수 없는 한 여자의 고통이 드러난다.
<클리오/역사>
유관순에 대해 말한다. 유관순이 어린 나이로 일본제국주의에 저항하다가 죽는 역사를 통해 자신의 민족을 본다.
<칼리오페/서사시>
나라를 잃고 만주로 망명하여 일본제국주의에 희생되는 어머니의 설움, 그것은 곧 조국이 처한 현실이다. 그 어머니의 고난을 예수의 고난에 비유한다.
<우라니아/천문학>
인체와 천문을 연결시켜 생각한다. 혈액을 통해 민족을 보며 발성기관을 통해 언어의 문제를 성찰한다. 남의 나라 말을 고통스럽게 배울 수밖에 없는 현실에 대한 성찰이다.
<멜포메네/비극>
조국의 분단에 대한 이야기다. 조국은 6. 25를 거쳐 4. 19, 유신말기에 이르기까지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한국전쟁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고, 비극은 변함없이 실존하고 있다.
<에라토/연애시>
‘여성’에 대한 성찰이다. 남자의 아내인 여자, 어머니인 여자, 이곳에서도 역시 여성, 어머니, 조국이 모두 동의어로 읽힐 수 있다.
<엘리테레/서정시>
<엘리테레>에는 내면정서가 잘 드러나 있다. 어머니에 대해, 조국에 대해, 역사에 대해 말하고 싶어한다. 이 모든 것들은 ‘시간의 기억’속에 묻혀버렸다. 그 ‘기억’을 ‘회생시켜라’고 말한다.
<탈리아/희극>
자조적인 내면이 드러나고 있는 부분이다. 진전 없는 조국의 현실, 그것을 망각하고 있는 사람들, 무엇을 말해야 하는지 알면서 말하지 못하는 자기자신, 그것들이 바로 하나의 ‘희극’이다.
<테르프시코레/합창무용>
<테르프시코레>에 이르러 비로소 희망을 찾는다. ‘죽은 듯 보이는 가지 위에도 목련꽃이 하얗게’ 피어나는 것처럼 우리에게도 희망은 있다. ‘전망을 향해 개방하라’, ‘나타나라, 앞을 보라’ 그러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폴림니아/성시>
<성시>는 일종의 에필로그이다. 우물가에 서있는 여자, 물동이, 돌, 아이와 아낙네, 서편에 지는 해, 호롱불과 같은 원형적 이미지들이 대미를 장식한다.

 


photo gallery

원작: 차학경
번역: 김경년
구성/연출: 오경숙

Voice: Cathy Rapin
Film: Carl Theodor Dreyer's LA PASSION DE JEANNE D'ARC
조연출: 박장렬
무대디자인: 오경숙
의상디자인: 박미림
안무: 김용복
분장: 김성희
무대제작: 이규선/김은정
   
 
 
 
 

 

   Repertory 1995 ~ 1999
10. <딕테>(Dictee)
9. <뮈토스의 사람들>
8. <리어 그 이후>
7. <벽화 그리는 남자>
6. <Overact>
5. <벽화 그리는 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