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왕비들>-제14회 희곡낭독공연: 동시대 해외 희곡 읽기
2013.12.1
우석레퍼토리 극장
<왕비들>(Les Reines)은 미스터리다. 한겨울밤의 꿈이다.
<왕비들>의 대담한 시선과 독창적인 표현은 역사의 제한적인 견해와 유한한 현실을 가로지르고
시, 의례, 그리고 무의식의 어려운 영역을 껴안는다. 이 작품은 끊임없이 시적이고 낯설게 모호하다,
하지만 언제나 유혹적이다. 언어들은 큰소리로 말하라고 우리에게 도전한다.
이미지들은 결코 자기들을 설명하지 않고, 절대로 묘사하지 않는다.
하지만 삶, 죽음, 그리고 아마도 , 그 너머에 있는 것을 표현한다.
작가소개
노르망 쇼레트(Normand Chaurette)
노르망 쇼레트는 캐나다 몬트리올 츨신 극작가이자 소설가로서 몬트리올 대학에서 문학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졸업 후 자신이 설립한 아시아 난민 보호소에서 언어학과 변형문법 그리고 프랑스어를 가르치기도 하였으며 이후 글쓰기에 전념하여 1976년 첫 번째 극작품 <병원에서의 하룻밤 꿈>이 라디오 캐나다 방송을 통해 알려졌다.
폴 질송(Paul Gilson)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1980년 무대에서 상연되었다. 시인 에밀 넬리강(Emile Nelligan)의 어린시절과 정신병원 수용에서 영감을 받은 이 극에는 이 새로운 극작가의 큭징이 잘 나타나고 있다. 즉 속어를 사용하지 않는 것 그리고 이전 10년 동안 유행했던 사회문화적 현실 속에 자리 잡지 않는 것이다. 대신 미 장 아빔(mise en abime) 형식을 사용하여 극작가 자신을 극적 허구의 핵심으로 만든다. 이 작품이 무대에서 상연된 1980년 노르망 쇼레트는 미셀 마르크 부샤르, 르네 다니엘 뒤부아, 장 피에르 롱파르와 함께 퀘벡 연극에 있어 '1980년의 변'이라고 하는 것을 실현시켰다고 평가된다. 1982년에는 노르망 쇼레트는 짧은 이야기들로 구성된 <프로빈스타운 극장, 1919년 7월, 난 열아홉 살이었어>를 발표하여 유명해졌다. 이 극은 매우 시적이고 복잡한데 퀘벡의 전 레퍼토리 중 가장 위대한 작품 중의 하나로 평가되고 있다.
작품소개
이용복:번역/드라마터그
이 극은 셰익스피어의 <헨리 6세>와 <리처드 3세>를 배경으로 하면서 동시에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진 작품으로서 셰익스피어의 작품에 나오는 인물 중 주요 여성 인물들 특히 왕비 혹은 왕비가 되고자 갈망했던 여섯 명의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극의 시간적 배경은 에드워드 4세가 사망한 1483년 1월 20일 목요일이지만 작가의 상상력은 이미 죽은 앤 덱스터(1439-1476)와 앙주의 마가렛 왕비(1430-1482)를 등장시키고, 조지(1449-1478)를 살아있는 것처럼 묘사하고 있다. 현실의 시간은 무시되고 과거의 기억이 현실과 함께 뒤섞여 나타난다. 시간뿐만 아니라 현실과 허구 역시 혼합되어 있다. 남매인 앤 덱스터와 조지 사이의 사랑으로 인해 조지가 말을 하지 않고 앤 덱스터는 말하는 것이 금지되고 손이 잘린 것으로 묘사된다. 나아가 두 사람의 어머니인 요크 공작부인은 앤을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로 여긴다. 형식적인 면에 있어 이 극의 가장 커다란 특징은 시적 독백의 형태로 되어았다는 점이다. 전통적인 막과 장의 구별없이 11개의 주제로 나뉘어 있는 이 극은 등장 인물들의 행동보다는 시적이고 함축적인 대사의 비중이 크다. 일상의 대화라기 보다는 내적 독백과 같은 느낌을 주고 있다. 15세기 잉글랜드의 랭카스터 가문과 요크 가문 사이의 장미전쟁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왕비들>에는 요크 가문으로서 요크 공작부인, 그녀의 딸 앤 덱스터, 며느리인 엘리자베스 우드빌(현재의 왕비), 킹 메이커로 유명한 워릭 가문의 자매인 이사벨 워릭(조지의 아내)과 과거에 마가렛의 죽은 아들 에드워드와 결혼했던 앤 워릭(리처드 3세의 미래왕비), 그리고 랭카스터 가문으로서는 앙주의 마가렛 왕비(헨리 6세의 과거왕비)가 등장한다. 이들은 모두가 왕비들 혹은 왕비가 되고자 하는 여인들이다.
작가가 이 극을 <리처드 3세>의 무대 뒤에서 일어나는 사건으로 여길 수 있다고 한 것은 권력의 이면에 있던 여인들의 야심과 암투를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에드워드 4세가 이 세상을 떠나는 날, 런던을 뒤덮는 눈발은 이들이 처한 상황을 암시해주는 상직적인 기호이다. 엘리자베스는 현재의 왕비로서 권위를 세우려고 하고, 헨리 6세릐 부인이자 프랑스 출신이었던 마가렛은 남편과 자식과 권력을 모두 잃고 잉글랜드를 떠나고 싶어하지만 떠나지 못한다. 리처드와 재혼한 앤 워릭은 자신이 일글랜드의 왕비가 될 것으로 믿고 있으며, 이사벨 역시 남편 조지가 왕이 되리라고 믿는다. 자기 어머니로부터 존재를 부정당한 앤 덱스터는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기 위해 닫혔던 입을 열어 말을 하고, 마지막으로 요크 공작부인은 리처드 3세의 왕비가 된 앤 워릭의 왕관을 죽기 전에 10초 동안만이라도 빌려 쓰고 싶어한다. 셰익스피어의 극이 토마스 모어의 사관에 기초하여 리처드 3세와 같은 인물을 왜곡하였다는 주장이 있는 것처럼 역사와 사실, 예술과 현실은 서로 일치하지 않을 수 있으며, 이것은 우리의 삶 자체도 그 실체에 다가가기 어려울 때가 많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셰익스피어의 극과 역사적 진실, 그리고 작가의 상상력이 서로 뒤섞여 있는 여섯 명의 왕비들의 모습은 역사적 실체와 거리가 있겠지만, 작가는 왕비들의 무대 뒤 삶을 통해 변화와 강풍에 의해서 기존의 질서들이 산산히 부서지는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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