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공연 <말하는 여자>(Dictee)

2001. 8. 7-17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출연: 강화정/말하는 여자
  김담희/유관순
  안태랑/남자
  김현아/성 테레즈
  김민정/어머니
Voice: Cathy Rapin

말하는 여자(Diseuse)는 차학경의 단 하나의 창작집 “딕테”의 제일 첫 부분에 등장하는 제목이다. 주지하다시피 “딕테”란 받아쓰기라는 불어로 실제 언어의 발음과 철자법이 매우 다른 불어의 경우 교사는 생도의 정확한 문법과 철자법의 습득을 연습시킬 뿐만 아니라 시험도 하기 위하여 정기적으로 이 학습을 시킨다. 그러므로 교사가 쓰기 연습을 시키기 위하여 불러주는 일련의 문장들이나 문단은 단지 듣기만 한다면 매우 이상하게 들린다. 왜냐하면 교사는 모든 구두점들을 또한 불러주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쉼표”, “마침표”, “따옴표 열고”, 등. 이러한 아무 의미도 없어 보이는 일련의 문장 속에서 그녀는 듣는다.
“단 한 가지 일 밖에 없어요.” “어떤 여자가 있어요. 먼 곳에서 온.” 이것이 곧 그녀를 특징 짓는 단 하나의 정체성이 되는 것이다. 결국 이 “먼 곳에서 온”은 첫 장을 끝마치는 구절로 연결된다.

“먼 곳으로부터 온
어떤 국적
혹은 어떤 인척과 친족 관계
어떤 혈연
어떤 피와 피의 연결
어떤 조상
어떤 인종 세대
어떤 가문 종친 부족 가계 부류
어떤 혈통 계통
어떤 종(種) 분파 성별 종파 카스트
어떤 마구 튀어나와 잘 못 놓여진
이것도 저것도 아닌 제 3의 부류
귀화되어 알몸이 된 여성들의 무덤
어떤 쫓아 버려야 할 이식(移植)“

여기에 이르러 그는 이미 단순히 “먼 곳으로부터 온 한 여자”로부터 벗어나 깊고 먼 역사 속으로 진정한 자신의 정체를 찾아 나서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서 이 “받아쓰기”의 시작으로부터 “말하는 여자”로의 변신은 곧 저자의 변신 과정을 말한다. 실상 불어의 diseuse 는 diseur의 여성형으로 Harper Collins Robert 불영 사전에 의하면 diseur de bonne chance 또는 diseur de bonne aventure로 점술가 또는 운명을 말하는 사람으로 나타나 있다. 이 텍스트는 삼인칭 여성대명사를 주어로 하고 있는데 이것이 실제의 어떤 인물을 그리고 있는지는 확실치 않다. 중요한 것은 언어행위의 준비로부터 발설까지의 과정을 매우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는데 그것은 내적 갈등과 물리적인 행동을 단계적으로 생생하고 긴장감 있게 그리고 있는 것이다. “그녀는 택한다. 천천히. 그 불러 일으킴. 이제는 언제나. 있는 시간은 모두. 항상. 모든 때. 그 잠시 멈춤. 말문 열기. 이제 그녀의 것이다. 적나라한 그녀의 것. 그 발설(發說).”

그리고 그녀는 기원한다. 시를 주관하는 신, 뮤즈들에게.

“오 뮤즈여, 나에게 이야기 해 주소서
이 모든 것들에 대하여, 오 여신이여, 제우스의 딸이여
당신이 원하는 어디에서든 시작해, 우리에게까지도
이야기 해 주십시오.“

그래도 계속되는 것은 불어 연습이다. 영어로는 어색한 표현들의 문장들을 불어로 “쓰기”, 시제와 조동사의 적절한 사용으로 의미를 변형시키라는 일련의 문장들의 “번역”, 그리고 동사의 부정형을 시제와 구문법에 맞추어 변형시켜 문장을 “완성”시키라는 등의 연습문제들이 뒤따른다. 차학경이 생각하는 “쓰기”, “번역하기”, 그리로 “완성”은 이 연습들과는 물론 매우 다른 것이다. 그는 또 한번 기원한다.

“이야기를 해 주십시오
이 모든 것들에 대하여.
원하시는대로 어디에서든지 시작해, 우리에게까지도
이야기 해 주십시오.“

그러나 주어지는 것은 카톨릭교의 가장 성스러운 계절인 사순절의 시작인 성회일로부터 시작하여 천주교의 축제 및 교리에 대한 이야기가 불어로 번역하라는 연습의 형태로 나타난다. 그리고 프랑스인 들이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프랑스 역사의 한 대목도 나온다. 그의 고등학교 시절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듯한 무염시태 성축일의 묘사도 나타난다. 그리고 구일기도가 시작되면서 동시에 자신도 시작한다.

“먼 곳으로부터 온
어떤 국적
혹은 어떤 인척과 친족 관계
어떤 혈연
어떤 피와 피의 연결
어떤 조상
어떤 인종 세대
어떤 가문 종친 부족 가계 부류
어떤 혈통 계통
어떤 종(種) 분파 성별 종파 카스트
어떤 마구 튀어나와 잘 못 놓여진
이것도 저것도 아닌 제 3의 부류
귀화되어 알몸이 된 여성들의 무덤
어떤 쫓아 버려야 할 이식(移植)“

“누구의 이름으로
그 이름
이름“

그리고 그는 역사를 찾아서 나서는 것이다. 다음 장 “클리오 역사”에서는 유관순을 비롯한 의병들의 애국 운동과 일본의 가혹한 식민 정책을 말하게 되고 “칼리오페 서사시”에서는 차학경 자신의 어머니 허형순여사의 민중으로서의 삶을 말하게 된다. 남북한의 분단, 4. 19와 민주항쟁에서 비극을 보며 성테레사와 쟌다크의 삶 속에서 가장 순수한 연애시를 발견해 내는 것이다.

차학경의 친구이자 평론가인 Susan Wolf는 Recalling Telling Retelling 이라는 논문에서 “딕테는 다양한 유형의 글, 시각물, 정보를 혼합한 책으로 어떤 카테고리에 한정되기를 거부하는 책이다. 이 책은 한편으로는 시간, 기억, 언어에 관한 책인가 하면 또 한편으로는 한국의 역사와 여러 여성들의 자서전 내지 전기라고 할 수 있다. 차학경의 어머니, 쟌다크, 성테레사, 유관순 등. 이 이야기들은 산문에서 산문시로, 이메지에서 언어로, 역사에서 창작으로, 과거에서 현재로 텍스트가 바뀜에 따라 교묘하게 짜여있다.”라고 피력했다. 이미 많은 평론과 논문이 딕테에 대하여 쓰여 졌고 아직도 쓰여지고 있다. 이 작은 텍스트 속에는 너무도 많은 것들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참으로 먼 곳 먼 거리였던 시간과 장소에서 다시 한번 말하는 여자의 여운이 퍼지는 것을 축하하며 뮈토스의 끊임없는 신화 창조를 기대해 본다.

2001년 7월 31일 김경년



photo gallery

원작: 차학경
번역: 김경년
구성/연출: 오경숙

Film: Carl Theodor Dreyer's LA PASSION DE JEANNE D'ARC
조연출: 안태랑
무대디자인: 오경숙
무대디자인협력: 박장렬
조명디자인: 김철희
의상디자인: 김은영
음악: 강화정
안무: 김민정
분장: 김성희
헤어: 한경화
무대감독: 이미지
무대진행: 주유진
사진: 권순미
홍보: 신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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